보드게임을 하다 지면 판을 엎습니다. 달리기에서 뒤처지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가위바위보에서 져도 "한 번 더!"를 외칩니다.
처음에는 귀엽다가, 몇 번 반복되면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지는 걸 못 견뎌서 나중에 어쩌나 싶어지죠. 그래서 많은 부모가 둘 중 하나를 합니다. 슬쩍 져주거나, "이런 걸로 울면 안 돼"라고 가르치거나.
저는 첫째에게 앞의 방법을, 그다음엔 뒤의 방법을 썼습니다. 그리고 둘 다 잘 통하지 않는다는 걸 몇 년에 걸쳐 배웠습니다. 지금 열한 살이 된 아들과, 요즘 한창 "내가 이겼어!"에 진심인 네 살 딸을 키우며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에게 계속 져줬더니 생긴 일
첫째는 뭐든 다 받아주며 키운 아이였습니다. 보드게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들이 우는 걸 보기 싫어서, 저녁 시간을 평화롭게 끝내고 싶어서 저는 거의 매번 져줬습니다. 주사위를 슬쩍 다시 굴리게 해주고, 마지막 한 칸을 못 본 척했습니다.
그러다 유치원 체육대회 날이었습니다. 달리기에서 3등을 한 아들이 결승선 앞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크게, 훨씬 오래요.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집에서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아이에게, 밖에서의 첫 패배는 감당하기 너무 큰 일이었던 겁니다.
그 무렵 아들이 이런 말도 했습니다. "엄마, 일부러 져주는 거지?" 여섯 살만 되어도 아이들은 압니다. 그리고 그걸 아는 순간부터는 이겨도 별로 기쁘지 않습니다. 제가 져준 그 많은 게임이 아들에게 준 건 자신감이 아니라, 가짜 승리와 연습 기회의 상실이었습니다.
이 나이에 승부욕이 커지는 이유
더 어릴 때 아이는 이기고 지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입니다. 그런데 다섯 살 무렵부터 아이는 자기를 남과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누가 더 빠른지, 누가 더 잘 그리는지, 누가 더 많이 아는지를 알아채죠.
그리고 그 비교 결과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감각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이 나이 아이에게 지는 것은 게임에서 지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못하는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크게 우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이걸 알고 나면 "이런 걸로 울지 마"라는 말이 왜 안 통하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아이에게는 '이런 것'이 아니니까요.
지는 순간, 아이 안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 기대가 무너집니다.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됐습니다.
- 몸에 열이 오릅니다. 심장이 뛰고 얼굴이 뜨거워지는데, 이 감각을 조절하는 힘은 아직 적습니다.
- 자기에 대한 판단이 따라옵니다. "나는 못하는 애야."
이 세 가지가 몇 초 안에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어른에게도 벅찬 조합입니다. 그래서 그 순간의 설명은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괜찮아, 다음에 이기면 되지"라는 말조차 소용없습니다. 먼저 지나가게 두어야 합니다.
졌을 때 할 말을 '게임 시작 전에' 정해둡니다
제가 둘째와 게임할 때 가장 효과를 본 방법입니다. 가르치는 일은 게임이 끝난 뒤가 아니라 시작되기 전에 합니다.
"오늘은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지면 '아, 아쉽다' 하고 한 판 더 하는 거야."
그리고 부모가 먼저 보여줍니다. 제가 졌을 때 그 문장을 실제로 씁니다. "아, 아쉽다! 한 판 더 하자."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아이는 지는 법을 설명으로 배우지 않고 보고 배웁니다.
요즘 딸아이는 지면 입을 삐죽이면서도 "아, 아쉽다"라고 말합니다. 아직 진심은 아닌 것 같지만 괜찮습니다. 말이 먼저 생기고 감정이 나중에 따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딱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지는 순간, 3단계로 대응하기
| 언제 | 부모가 할 일 | 예시 문장 |
|---|---|---|
| 우는 그 순간 | 설명하지 않고 곁에 있기. 위험한 행동만 짧게 막기 | "속상하구나. 옆에 있을게." / "던지는 건 안 돼." |
| 진정된 뒤 | 짧게 한 문장. 길게 훈계하지 않기 | "이기고 싶었구나. 다음 판엔 어떻게 해볼까?" |
| 다음 게임 전 | 약속 문장을 다시 꺼내기 | "지면 뭐라고 하기로 했지?" |
게임을 고르는 것부터 바꿔봅니다
승부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시기에는, 매번 이기고 지는 게임만 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희 집은 네 종류를 섞어서 씁니다.
| 종류 | 어떤 놀이 | 아이에게 남는 것 |
|---|---|---|
| 협력형 | 둘이 한 편이 되어 목표 달성하기, 함께 블록 탑 쌓기, 퍼즐 완성 | 이기고 지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 됨 |
| 운 중심 | 주사위, 뽑기, 사다리 타기로 결과가 정해지는 게임 | 져도 내 능력 때문이 아니라는 게 분명함 |
| 자기와 겨루기 | 어제보다 높이 쌓기, 지난번보다 빨리 정리하기 | 비교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 지는 일이 없음 |
| 실력형 | 카드 게임, 달리기, 일반적인 보드게임 | 진짜 '지는 연습'. 위 세 가지가 익숙해진 뒤 늘려가기 |
딸아이가 판을 엎던 시기에는 협력형과 운 중심 게임 비중을 확 늘렸습니다. 둘이 한 편이 되어 "주사위 잘 나와라!" 하고 응원하는 시간이 쌓이니, 나중에 실력형 게임에서 져도 조금은 덜 무너지더군요.
형제자매가 있다면: 핸디캡 규칙 만들기
저희 집의 가장 큰 숙제가 이것입니다. 열한 살과 네 살이 같은 게임을 하면 결과는 시작 전부터 정해져 있으니까요. 실력 차가 큰 상대와 계속 겨루면 아이에게는 좌절만 쌓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게임마다 규칙을 조금씩 바꿉니다.
- 출발점을 다르게: 동생은 몇 칸 앞에서 시작합니다.
- 기회를 다르게: 동생은 주사위를 두 번 굴려 마음에 드는 쪽을 고를 수 있습니다.
- 역할을 다르게: 형은 '심판'이나 '설명해주는 사람'을 맡습니다. 이기는 것 말고 다른 자리를 주는 거죠.
- 한 편으로 묶기: 남매가 한 팀, 엄마가 상대편이 됩니다. 저희 집에서 제일 평화로운 방식입니다.
- 큰 아이에게 미리 설명하기: "동생이 규칙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네가 봐주는 게 아니라, 나이에 맞게 규칙을 바꾼 거야."
마지막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큰 아이도 억울할 수 있거든요. 첫째에게 "너는 형이니까 참아"라고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대신 첫째와 둘만 하는 게임 시간을 따로 만들어서, 실력대로 겨루는 즐거움도 챙겨주려 합니다.
일부러 져주는 게 나쁘기만 할까
제 경험상 매번 져주는 것이 문제이지, 한두 번은 괜찮습니다. 저는 요즘 이렇게 기준을 잡고 있습니다.
- 규칙을 처음 배우는 중일 때: 몇 판은 편하게 이기게 해서 재미를 붙이게 합니다.
- 규칙이 익숙해진 뒤: 실력대로 합니다. 대신 지는 연습을 위해 일부러 이기려 애쓰지도 않습니다.
- 아이 컨디션이 나쁜 날: 아예 실력형 게임을 꺼내지 않습니다. 피곤한 날의 패배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
집은 져도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는 것을 견디는 힘은 실제로 져봐야만 생기고, 그 연습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해야 하니까요.
목표는 이기고 싶은 마음을 없애는 게 아닙니다
"지는 걸 잘 견디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말에는 오해가 섞이기 쉽습니다. 이기고 싶은 마음 자체는 나쁜 게 아닙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같은 자리에서 나옵니다. 그 마음이 있어서 아이는 연습하고 도전합니다.
그러니 없애야 할 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졌을 때 자기 전체를 부정해버리는 습관입니다. '이번 게임에서 진 것'과 '내가 못하는 사람인 것'은 다르다는 것. 이걸 배우는 데는 몇 년이 걸립니다.
열한 살이 된 첫째는 요즘 게임에서 지면 "아, 한 판만 더!"라고 합니다. 그 사이에 몇 년이 걸렸고, 그 시간을 채운 건 제 설명이 아니라 수없이 져본 경험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한 번 살펴보세요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집니다. 다만 아래 모습이 함께 이어진다면, 유치원 선생님이나 전문가와 한 번 이야기해 보시길 권합니다.
- 지는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도 작은 실패에 크게 무너질 때
- 화가 났을 때 자기 몸을 때리거나 심하게 자책하는 말을 반복할 때
- 또래와의 놀이를 계속 피하고 혼자 있으려 할 때
- 한 번 흥분하면 30분 이상 진정되지 않는 일이 자주 반복될 때
자주 묻는 질문
Q. 밖에서 친구들과 놀 때도 그래서 걱정입니다.
집에서 지는 경험을 충분히 해두면 밖에서의 반응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다만 시간이 걸리니 그전까지는 짧은 게임 위주로 어울리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Q. 울 때 그냥 두는 게 맞을까요?
방치가 아니라 옆에 있어주는 것입니다. 설명하지 않고 조용히 곁에 있다가, 진정된 뒤에 짧게 이야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Q. 게임을 아예 안 하려고 합니다.
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이 시기의 흔한 반응입니다. 협력형이나 운이 큰 게임부터 다시 시작해 보세요. 이기고 지는 것이 없는 놀이로 '함께 노는 즐거움'을 먼저 회복하는 게 순서입니다.
Q. 형이랑 하면 항상 져서 더 심해집니다.
실력 차가 큰 상대와 계속 겨루면 좌절만 쌓입니다. 위의 핸디캡 규칙을 적용하거나, 남매를 한 편으로 묶어 보세요. 저희 집에서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입니다.
Q. 이기면 너무 자랑해서 동생이 상처받아요.
이기는 법도 배우는 중입니다. "이겼을 때는 '재밌었어, 고마워'라고 말하는 거야"처럼, 이길 때 할 말도 미리 정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오늘 판을 엎었다면, 그것도 연습입니다
아이설명서는 아이의 반응을 빨리 줄이는 방법보다, 그 반응이 지금 무엇을 연습하고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지는 걸 못 견디는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아직 기르는 중이고, 그 연습은 집에서 여러 번 져보는 것으로만 가능합니다. 제가 첫째에게 주지 못했던 게 바로 그 기회였습니다.
오늘 아이가 판을 엎고 울었다면, 그것도 연습의 한 번입니다. 내일 또 한 판 하면 됩니다.
여러분 집에서는 지는 연습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효과 본 게임이나 규칙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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