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어금니에 충치가 생긴 걸 제가 발견한 게 아니었습니다. 유치원에서 구강검진을 하고 보낸 종이에 적혀 있었어요. 치료 필요, 라는 네 글자.
그때 아이가 다섯 살이었습니다. 매일 양치를 시켰고, 단 것도 그렇게 많이 준 기억이 없었거든요. 종이를 받고 좀 억울했습니다. 뭘 잘못한 걸까 싶고.
그 뒤로 치과에서 보낸 몇 달이 저한테는 꽤 큰 일이었습니다. 지금 둘째를 키우면서는 완전히 다르게 하고 있고요. 그 차이를 적어두려고 합니다.
치과는 아플 때 가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치과를 '치료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 이가 멀쩡해 보이는데 굳이 데려갈 이유를 못 찾았어요. 소아과는 접종 때문에 몇 달에 한 번씩 갔지만 치과는 한 번도 안 갔습니다.
소아치과에서는 보통 첫 치아가 나고 6개월 안에, 또는 돌 전후에 한 번 와보라고 권합니다. 그 나이에 충치를 찾겠다는 게 아니라, 치아가 제대로 나오는지 보고 부모한테 양치 방법을 알려주는 자리예요. 그리고 아이가 그 공간에 익숙해지게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 마지막 이유가 생각보다 큽니다. 아이한테 치과의 첫 기억이 '아픈 치료'면 그 뒤가 전부 어려워집니다. 첫째가 그랬어요.
다섯 살, 첫 치과에서 있었던 일
검진 종이를 받고 동네 소아치과에 예약을 했습니다. 어금니 두 개를 치료해야 한다고 했고, 한 번에 다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나눠서 하자고 하셨어요.
첫날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아이가 긴장은 했지만 울지는 않았어요. 문제는 두 번째였습니다. 치과 간판이 보이는 순간부터 가지 않겠다고 했고, 주차장에서 10분을 달랬고, 대기실에서 또 울었습니다. 치료는 결국 했는데 아이는 내내 울었고 저는 밖에서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뒤로 1년 넘게 치과 얘기만 나오면 몸을 피했습니다. 정기검진도 데려가기가 힘들었어요. 억지로 데려가면 또 울고, 그러면 다음이 더 어려워지고.
지금 생각하면 순서가 잘못됐던 겁니다. 아이는 치과라는 곳을 '아픈 데'로 처음 배웠으니까요. 비교할 다른 기억이 없었던 거죠.
둘째는 아무 일 없을 때 데려갔습니다
둘째는 돌 지나고 데려갔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치료할 것도 없었어요. 그냥 "이 좀 봐주세요" 하러 간 거였습니다.
첫날은 의자에 눕지도 못했습니다. 제 무릎에 앉아서 입만 살짝 벌렸고, 선생님이 거울로 쓱 보고 끝났어요. 5분도 안 걸렸습니다. 오면서 스티커 하나 받았고, 아이는 그걸 며칠 들고 다녔습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의자에 앉았고, 세 번째에 누웠습니다. 네 번째쯤부터는 혼자 올라가서 입을 벌렸어요.
이게 특별한 방법이 아닙니다. 치료가 급하지 않은 상태로 몇 번 가면 아이한테 그냥 '가끔 가는 곳'이 되는 거예요. 첫째 때는 그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치료부터 들어갔던 거고요.
유치는 어차피 빠지는데, 라는 생각
이 말을 저도 했었습니다. 유치 충치를 치료하라고 하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어차피 몇 년 뒤에 빠질 이인데.
그런데 몇 가지를 알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유치 아래에 영구치가 자라고 있습니다. 유치 충치가 깊어지면 그 아래까지 영향이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유치가 너무 일찍 빠지면 옆 이들이 그 자리로 밀려 들어와서, 나중에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줄어듭니다. 교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여기서 많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어금니는 특히 늦게까지 씁니다. 유치 어금니는 초등학교 중반까지 쓰는 이예요. 그 몇 년을 아픈 이로 씹고 지내는 것도 아이한테는 꽤 긴 시간입니다.
저는 저 설명을 첫째 치료할 때 들었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어요.
비용 이야기 — 제가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치과는 가기 전에 비용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알아두면 마음이 좀 편한 것들만 적어볼게요. 금액은 병원마다, 지역마다 다르니까 참고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구강검진은 영유아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어서 공단 지원 대상이면 따로 비용이 안 듭니다. 생후 18개월 이후부터 네 번 있어요. 이 네 번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꽤 자주 가게 됩니다.
영구치 충치에 쓰는 복합레진은 만 12세 이하 아동한테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예전에는 비급여라 부담이 컸던 치료인데, 급여가 되면서 많이 내려갔어요. 다만 적용되는 치아와 조건이 정해져 있으니 치과에서 "이건 보험 되는 건가요?"라고 물어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실란트(홈메우기)도 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입니다. 어금니 씹는 면의 홈을 미리 메워서 음식물이 끼지 않게 하는 예방 처치인데, 적용 연령과 대상 치아가 정해져 있습니다. 영구치 어금니가 나오는 시기에 하는 게 일반적이고요.
불소도포는 보통 비급여입니다. 저희 동네는 한 번에 3만 원 정도 받았는데, 지역에 따라 더 저렴한 곳도 있고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주는 사업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주기는 3~6개월에 한 번 정도로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 같은 걸 하는 곳이 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정기검진과 예방 처치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지자체마다 대상 학년과 내용이 달라서 주민센터나 보건소 쪽에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저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치과를 무서워하는 아이 데려가기
첫째 때 제가 했던 것 중에 효과 없었던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적어볼게요.
"안 아파"라고 말하는 것. 이게 제일 안 통했습니다. 아파본 아이한테는 거짓말이 되니까요. 한 번 어긋나면 그다음에 뭘 말해도 안 믿습니다.
끝나고 뭘 사주겠다고 하는 것. 당일에는 통하는데 다음 방문에는 더 큰 걸 요구합니다. 그리고 "보상이 필요한 일"이라고 아이가 받아들이게 돼요.
혼내는 것.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가 두 번째 방문 날 주차장에서 아이한테 소리를 조금 질렀는데, 그게 제일 후회됩니다.
그래서 둘째한테는 다르게 했습니다.
가기 전에 뭘 할지 말해줬습니다. 의자가 눕고, 입에 거울이 들어오고, 바람 소리가 나고. 아프면 손을 들면 된다는 것까지. 모르는 게 무서운 거라서, 알려주면 꽤 줄어듭니다.
치료 일정이 있으면 오전으로 잡았습니다. 하루 종일 기다리면서 긴장하는 것보다 아침에 끝내는 게 낫더라고요.
그리고 치료가 아닌 방문을 중간중간 끼웠습니다. 검진만 하고 나오는 날이 있으면 아이한테 치과가 '무조건 아픈 데'가 아니게 됩니다.
그래도 아이가 심하게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진정 치료나 웃음가스 같은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이건 아이 상태와 치료 범위를 보고 치과에서 판단하는 부분입니다. 비용도 따로 들고요. 저는 첫째 때 이 선택지가 있다는 걸 몰라서 그냥 울려서 치료했는데, 알았으면 한 번 상의는 해봤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하는 것 중에 진짜 효과 있던 것
양치 횟수보다 중요한 게 몇 가지 있었습니다.
자기 전 양치. 이게 제일 큽니다. 잘 때는 침이 적게 나와서 입안 환경이 나빠지거든요. 하루에 한 번만 제대로 한다면 그건 자기 전이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양치 후에 물이나 우유 안 주기. 저는 이걸 한참 몰랐습니다. 양치를 시키고 자기 전에 목 마르다고 하면 우유를 줬어요. 그러면 양치한 게 의미가 없어집니다. 물은 괜찮지만 우유나 주스는 다시 양치해야 하는 거였습니다.
부모가 마무리하기. 아이가 혼자 양치할 수 있게 되면 손을 놓게 되는데, 어금니 안쪽은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잘 안 됩니다. 아이가 먼저 하고 마지막에 어른이 한 번 더 닦아주는 식으로 몇 년은 더 해야 하더라고요.
치실. 저는 아이한테 치실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어금니끼리 붙어 있으면 칫솔이 안 들어가는데, 첫째 충치가 생긴 자리가 정확히 거기였습니다. 둘째는 어금니가 붙어 있는 걸 확인하고 치실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이용 치실 홀더를 쓰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간식 횟수. 양을 줄이는 것보다 횟수를 줄이는 게 치아에는 낫다고 합니다. 한 번에 먹고 끝내는 것과, 조금씩 하루 종일 먹는 건 입안에 머무는 시간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이건 알고 나서도 지키기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불소치약은 언제부터, 얼마나
저를 제일 헷갈리게 했던 부분입니다. 치약 뒤에 적힌 불소 농도가 다 다르고, 어떤 글에서는 삼키면 안 된다고 하고, 어떤 글에서는 써야 한다고 하니까요.
치과에서 들은 정리는 이랬습니다. 불소는 충치 예방에 실제로 도움이 되니까 쓰는 게 맞고, 문제는 양이라는 거였어요. 삼키는 걸 걱정해서 안 쓰는 것보다, 쓰면서 양을 조절하는 쪽이 낫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양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아직 뱉는 걸 잘 못하는 어린 아이는 쌀알 하나 정도, 뱉을 수 있게 되면 완두콩 하나 정도. 저는 그동안 칫솔모를 다 덮을 만큼 짜고 있었습니다. 세 배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농도는 아이 나이와 충치 위험도에 따라 권하는 게 다릅니다. 충치가 한 번 생긴 아이는 더 높은 농도를 쓰기도 하고요. 이건 치과에서 아이 이를 보고 말해주는 부분이라, 검진 갈 때 "저희 아이는 몇 짜리 쓰면 되나요"라고 물어보시는 게 제일 빠릅니다. 저는 첫째 충치 치료할 때 이걸 처음 물어봤습니다.
양치 후에 입을 세게 헹구지 않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불소가 치아에 좀 남아 있는 게 좋아서, 물로 가볍게만 뱉으라고 하더라고요. 이것도 반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검진 종이를 받으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구강검진 결과를 보내오면, 거기 적힌 내용을 그대로 믿기보다 치과에서 한 번 더 보는 게 좋습니다. 단체 검진은 짧은 시간에 하는 거라 놓치는 것도 있고, 반대로 과하게 표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째 때 저는 그 종이를 들고 가서 "여기 적힌 것 좀 봐주세요"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종이에 없던 자리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종이가 와도 그냥 전체를 봐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충치가 생기는 중"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꼭 치료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아직 구멍이 안 생긴 초기 단계면 불소도포하고 지켜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바로 해야 하는 건가요, 지켜봐도 되는 건가요"라고 물어보시면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첫째 때 그 질문을 할 생각을 못 했습니다.
지금 저희 집은
첫째는 열한 살이 됐고, 치과를 여전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혼자 들어가서 치료받고 나옵니다. 몇 년 걸렸습니다.
둘째는 네 살인데 치과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지난번에는 가면서 스티커 뭐 받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충치가 생기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그래도 하나는 분명합니다. 첫째 때 제가 몰랐던 건 양치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치과에 언제 처음 데려가야 하는지를 몰랐던 거예요. 그 시점 하나가 그 뒤 몇 년을 많이 바꿨습니다.
아이 이가 아직 멀쩡해 보이고, 아프다는 말도 없고, 그래서 굳이 갈 이유가 없어 보인다면. 그게 사실은 가장 가기 좋은 때입니다.
혹시 아직 한 번도 안 가보셨다면, 치료 때문이 아니라 그냥 보여주러 한 번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5분이면 끝납니다.
이 글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일과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치료 방법이나 보험 적용 여부는 아이 상태와 제도 변경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판단은 치과에서 상담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비용은 병원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