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사교육, 언제부터 얼마나 시켜야 할까?

책상에 턱을 괸 아이와 유아 사교육 시작 전 확인할 아이의 관심, 시간과 비용, 계약 조건을 정리한 썸네일

 딸아이가 네 살이 되자 주변에서 같은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뭐 좀 시켜?" 놀이터에서도, 어린이집 앞에서도요. 어떤 집은 벌써 학습지를 두 개 한다고 했고, 어떤 집은 체육 수업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저는 열한 살 아들과 네 살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 때 사교육을 일찍 시작했다가 접은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같은 질문 앞에서 조금 더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은 유아 사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따져볼 것들과, 비용을 계산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에게 일찍 시작했다가 배운 것

첫째가 여섯 살이던 해, 저는 방문 학습지를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다 한다는 말에 마음이 급했거든요. 주 1회 선생님이 오시고 매일 조금씩 분량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두 달쯤 지나자 아이가 교재를 보면 표정이 굳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선생님 오시는 날이잖아"라며 재촉했고, 그게 반복되면서 저녁 분위기가 매일 나빠졌습니다. 일 년을 채우고 그만뒀는데, 남은 건 글자 몇 개와 "이건 하기 싫은 것"이라는 기억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게 실패였던 건 아닙니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에 시작한 태권도는 지금까지도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입니다. 같은 사교육인데 왜 하나는 몇 달 만에 무너졌고 하나는 몇 년째 이어질까. 돌아보면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아이가 가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집에서 제가 챙겨야 하는 양이 얼마였는지입니다.

시작 전에 따져볼 다섯 가지

지금 딸아이를 두고 고민할 때 제가 적어보는 항목들입니다.

  • 누가 하고 싶어 하는가. 아이가 관심을 보였는지, 아니면 제가 불안해서 시작하려는 건지를 먼저 구분합니다.
  • 집에서 들어가는 시간. 매일 분량이 있는 방식이라면 그걸 챙길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결국 잔소리로 끝납니다.
  • 그만둘 수 있는가. 아이가 싫어하면 접을 수 있는 조건인지, 위약금은 얼마인지 미리 확인합니다.
  • 하루 일과에서 무엇이 빠지는가. 수업 하나가 들어오면 바깥 놀이나 자유 놀이 시간이 줄어듭니다. 그 교환이 괜찮은지 봅니다.
  • 두 아이에게 같은 비용을 쓸 수 있는가. 첫째에게만 가능했던 지출이라면 나중에 둘째에게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유아 사교육 비용, 이렇게 계산해 보세요

상담을 가면 월 수업료만 듣고 오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통장에서 나가는 돈은 그보다 큽니다. 저는 아래 항목을 적어서 월 단위로 환산해 봅니다.

항목확인할 것
월 수업료주 몇 회인지, 1회당 몇 분인지
입회비·등록비첫 달에만 붙는지, 환불 대상인지
교재비·교구비몇 개월 주기로 나가는지, 중간에 그만두면 어떻게 되는지
차량비별도인지 포함인지, 노선이 우리 집을 지나는지
부대 비용도복, 가방, 발표회비, 교구 추가 구매
기기 구매전용 단말기를 사야 하는지, 해지 후 그 기기는 어떻게 되는지

계산이 끝나면 한 가지를 더 봅니다. 이 금액을 12개월 넘게 낼 수 있는가. 유아 사교육에서 가장 흔한 손해는 비싼 걸 고르는 게 아니라, 몇 달 하다 그만두면서 교재비와 위약금만 남는 경우입니다.

계약 전 꼭 물어볼 것

  • 중도 해지 시 위약금과 환불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구두 말고 서면으로)
  • 체험 수업이 가능한지, 체험 후 결정해도 되는지
  • 선생님이 바뀌는 주기가 어느 정도인지
  • 결석하면 보충이 되는지, 수업료는 어떻게 되는지
  • 약정 기간이 있는지, 있다면 몇 개월인지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유아기에 시키는 활동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이마다 다릅니다.

유형예시이런 아이에게
몸을 쓰는 활동체육, 태권도, 수영, 발레에너지가 넘치고 앉아 있기 힘들어하는 아이
표현하는 활동미술, 음악, 놀이 수업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
앉아서 하는 학습한글, 수학, 영어 학습지글자나 숫자에 이미 관심을 보이는 아이

저는 유아기에는 앞의 두 가지를 먼저 권하는 편입니다. 몸을 많이 쓴 아이가 결국 앉아 있는 힘도 자라고, 그 힘이 생긴 뒤에 학습을 시작하는 편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첫째의 태권도와 학습지가 저에게 그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학습 쪽을 시작한다면 아이가 먼저 관심을 보이는지 확인하세요. 간판 글자를 읽으려 하거나 숫자를 세고 싶어 한다면 때가 된 겁니다. 그 신호가 없는데 시작하면 대부분 실랑이로 끝납니다.

그만둬야 할 때를 알려주는 신호

시작보다 어려운 게 그만두는 결정입니다. 돈이 아깝고, 여기서 접으면 아이가 포기하는 걸 배울까 걱정되기도 하죠. 저는 아래 모습이 몇 주 이어지면 멈추는 쪽으로 봅니다.

  • 수업 가는 날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유난히 늘어질 때
  • 교재나 교구를 보면 표정이 굳을 때
  • 집에서 분량을 두고 매일 싸우게 될 때
  • 그 활동 자체를 싫어하게 된 신호가 보일 때 (예: 미술 수업 후 집에서도 그림을 안 그림)
  • 부모가 비용 때문에 아이에게 "이거 얼만데"라는 말을 하게 될 때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그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수업은 이미 아이와 부모 사이의 부담이 된 상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섯 살이면 사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인가요?
정해진 나이는 없습니다. 기관에 다니고 있다면 이미 또래와 어울리고 배우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지부터 보세요.

Q. 몇 개를 시키는 게 적당할까요?
개수보다 아이의 하루가 기준입니다. 자유롭게 노는 시간과 충분한 수면이 남아 있는지를 보세요. 그게 줄어들기 시작하면 하나가 많습니다.

Q. 체험 수업만 듣고 결정해도 될까요?
체험은 아이 반응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첫날은 새로워서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니, 가능하면 두세 번 해보고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Q. 주변에서 다 시키는데 우리만 안 하면 뒤처지지 않을까요?
첫째를 키워보니 입학 후 몇 달이면 비슷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보다 오래 남은 건 배우는 일을 어떤 기분으로 했는지였습니다.

Q. 형제가 있으면 비용을 어떻게 나눠야 하나요?
첫째에게 시작한 것을 둘째에게도 같은 시기에 해줄 수 있는지 미리 계산해 보세요. 터울이 크면 두 아이의 지출이 겹치는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마치며: 지금 딸아이에게는

딸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말에 놀이터에 가고, 자기 전에 책을 읽습니다.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가끔 마음이 흔들리지만, 첫째 때 배운 게 있어서 버티고 있습니다.

언젠가 시작하게 되면 기준은 정해뒀습니다. 아이가 가고 싶어 할 것, 집에서 제가 챙길 분량이 적을 것, 그리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을 것. 이 세 가지를 통과하면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유아 사교육에서 가장 큰 비용은 수업료가 아니라, 아이가 그 활동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의 학습지와 태권도가 저에게 알려준 차이입니다.

이 글은 두 아이를 키운 부모의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수업료와 계약 조건은 업체와 지역에 따라 다르니 계약 전 서면으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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