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4학년 때였습니다. 저녁 먹다가 "우리 반 애들 다 핸드폰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에 좀 흔들렸습니다. 우리 애만 없는 건가 싶고,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빠지는 건가 싶고. 그날 밤에 통신사 요금제를 검색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같은 반 엄마한테 물어보니 반 절반 정도였습니다. "다 있다"가 아니었어요. 저는 그 한 문장에 끌려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사줬습니다. 다만 그때 "친구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정했고, 그 뒤에 몇 번 크게 부딪혔습니다. 지금 둘째를 보면서 다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적어둡니다.
"다 있다"는 말부터 확인해보세요
아이가 쓰는 "다"는 보통 두세 명입니다. 제일 친한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면 아이 체감으로는 전부가 되는 거죠.
저는 그걸 확인하지 않고 조급해졌습니다. 반 분위기를 안 봤고, 아이가 실제로 불편해하는 게 뭔지도 안 물어봤어요. 그냥 "없으면 소외되겠다"는 제 걱정만 컸습니다.
나중에 아이한테 물어보니 아쉬운 건 하나였습니다. 친구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다음 날 약속을 정하는데 거기 못 들어가는 거였어요. 게임이나 영상이 아니라 그거였습니다.
그 얘기를 먼저 들었으면 선택지가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꼭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됐고, 저희 집은 태블릿이 있었으니 거기서 대화방만 쓰게 하는 방법도 있었거든요.
제가 결국 사준 이유는 다른 쪽이었습니다
4학년이 되면서 아이 혼자 이동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중간에 비가 오면 데리러 가야 하고, 끝나는 시간이 바뀌면 알아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어요.
한번은 학원이 일찍 끝나서 아이가 혼자 한 시간을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간 동안 아이가 학원에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날 저녁에 결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 집 기준은 아이가 혼자 다니는 시간이 생겼는지였습니다. 나이가 아니라 생활이었어요. 이 기준은 집마다 다를 겁니다. 등하교를 같이 하고 학원도 데려다주는 집이면 몇 년 더 미룰 수 있고요.
그래서 "몇 학년에 사주는 게 맞나요"라는 질문보다 "우리 아이가 연락이 안 되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나"를 먼저 보시면 답이 좀 선명해집니다.
키즈폰으로 갈지, 스마트폰으로 갈지
저는 키즈폰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전화와 문자, 위치 확인 정도만 되는 기기요.
장점은 분명합니다. 요금이 싸고, 앱이나 영상으로 빠질 걱정이 없고, 분실해도 부담이 적습니다. 저학년이면 저는 지금도 이쪽을 먼저 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학년에는 버티기가 어려웠습니다. 친구들이 쓰는 대화방이나 앱이 안 되니까 아이가 금방 답답해했고, 결국 1년도 안 돼서 바꿔달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두 번 사는 셈이 된 거죠.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판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게 연락인지, 아니면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인지. 전자면 키즈폰으로 충분하고, 후자면 키즈폰은 몇 달짜리 해결책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가기로 했다면 중고나 전 세대 모델도 괜찮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했는데, 아이가 신경 쓴 건 기종보다 "내 폰이 있다"는 쪽이었습니다. 처음 폰에 최신 모델을 쓸 이유는 저희 집에는 없었습니다.
요금제가 생각보다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저는 요금을 아끼려고 알뜰폰 쪽을 알아봤는데, 쓰다 보니 요금제가 통제 장치 역할도 하더라고요.
데이터가 적은 요금제를 쓰면 아이가 알아서 조절합니다. 집에서는 와이파이를 쓰고, 밖에서는 영상을 길게 못 봅니다. 제가 "그만 봐"라고 말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알려주는 셈이에요.
그리고 소액결제와 유료 서비스는 차단해두는 게 좋습니다. 통신사에 전화해서 요청하면 막아줍니다. 저는 이걸 가입할 때 안 하고 나중에 했는데, 그 사이에 아이가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일이 한 번 있었습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요.
요금제는 아이 성장에 따라 바꾸면 되니까 처음부터 넉넉하게 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처음에 데이터 많은 걸 골랐다가 석 달 뒤에 줄였습니다.
자녀 보호 설정, 사주는 날 같이 하세요
기기를 먼저 주고 설정은 나중에 하려고 했던 게 제 실수였습니다. 아이 손에 들어간 다음에 설정을 걸면 아이는 그걸 "빼앗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처음부터 그 상태로 시작하는 게 훨씬 수월합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 패밀리 링크를 씁니다. 만 13세 미만 자녀 계정을 기준으로 하고, 아이가 만 13세가 되면 본인이 계정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설정할 수 있는 건 하루 사용 시간 제한, 취침 시간, 플레이스토어 앱 설치 승인과 차단, 기기 위치 확인, 원격 잠금, 구글 검색과 크롬 필터링입니다. 안드로이드 7.0 이상에서 작동합니다.
아이폰은 스크린 타임입니다. 다운타임으로 밤 시간대 앱을 막을 수 있고, 앱 카테고리별로 하루 사용 시간을 정할 수 있습니다.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을 제한하는 것, 웹 콘텐츠 필터와 앱스토어 구매 제한, 부모 기기에서 앱 다운로드 요청을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것도 됩니다. 다운타임 중에도 쓸 수 있는 앱을 따로 지정할 수 있어서, 전화와 지도는 열어두는 식으로 쓰면 됩니다.
여기서 제가 제대로 틀린 게 하나 있습니다. 스크린 타임 암호를 기기 잠금 코드와 같게 해뒀습니다. 아이가 잠금 코드를 아니까 설정을 그냥 풀 수 있었던 거죠. 몇 주 동안 설정을 걸어뒀다고 생각하면서 지냈습니다. 두 암호는 반드시 다르게 해야 합니다.
설정으로 다 되지는 않습니다
설정을 꼼꼼히 하고 나면 좀 안심이 되는데, 몇 달 지나면 알게 됩니다.
아이는 다른 기기를 씁니다. 친구 폰, 집에 있는 태블릿, 학교 컴퓨터. 그러니까 한 기기에만 규칙을 걸면 의미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집에 있는 기기 전부에 같은 규칙을 거는 쪽이 낫습니다.
게임기도 따로입니다. 패밀리 링크나 스크린 타임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관리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그걸 몰라서 휴대폰 시간만 관리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자녀 보호 기능은 우회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방법을 찾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설정을 "완벽한 차단"이 아니라 "기본값을 바꿔두는 것" 정도로 생각합니다. 아무 설정이 없으면 밤에 영상이 자동으로 이어지지만, 다운타임이 걸려 있으면 거기서 한 번 끊깁니다. 그 한 번이 쌓이는 겁니다.
압수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제일 크게 부딪힌 지점입니다.
처음 몇 달 동안 저는 압수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약속한 시간을 넘기면 가져갔고, 성적이 떨어지면 가져갔고, 말대꾸를 하면 가져갔어요. 그러면 그날은 조용해지는데 다음에는 더 숨깁니다.
한번은 밤에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어서 가봤더니 아이가 변기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방법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는 규칙을 배운 게 아니고 안 걸리는 법을 배우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규칙을 세 개로 줄였습니다. 지금도 이 세 개만 봅니다.
자기 전에 휴대폰은 거실에 둡니다. 충전기를 거실에만 두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방에 충전기가 없으면 자연히 거실에 두게 됩니다.
밥 먹을 때는 아무도 안 봅니다. 아이만 적용하면 불공평하다고 하니까 저도 같이 지킵니다. 솔직히 제가 더 어렵습니다.
새 앱은 설치 전에 물어봅니다. 허락을 받는 게 아니라 뭘 깔려고 하는지 알려달라는 쪽으로 말했습니다.
이 세 개는 지켜집니다. 열 개를 정했을 때는 하나도 안 지켜졌어요.
단체 대화방에서 생기는 일
저는 휴대폰을 사주면서 영상 시간만 걱정했습니다. 정작 문제가 된 건 대화방이었어요.
아이가 들어간 단체방은 밤 열 시가 넘어도 알림이 울렸습니다. 아이는 그 알림을 못 참고 확인했고, 확인하면 답을 해야 하니까 또 깨어 있었습니다. 처음 몇 주는 왜 잠을 못 자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대화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빼고 방을 만들고, 읽고 답을 안 하는 걸로 기분이 상하고, 장난으로 올린 사진이 오래 남고요. 저희 아이가 당한 쪽일 때도 있었고 그 반대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한 번은 같이 봤습니다. 감시하려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대화가 돌아가는지 제가 몰랐기 때문입니다. 아이한테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보여줘"라고 말해뒀습니다.
실제로 몇 번 보여줬어요. 친구가 심한 말을 했을 때, 아이는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서 들고 왔습니다. 그때 압수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폰을 가져가는 집이면 아이는 아무것도 안 보여줍니다.
깨지고 잃어버리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첫째는 두 달 만에 화면을 깼습니다. 학원 가방에서 꺼내다 떨어뜨렸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두꺼운 케이스. 화면 보호 필름. 그리고 분실 시 찾기 기능을 미리 켜두는 것. 안드로이드는 내 기기 찾기, 아이폰은 나의 찾기인데, 사주는 날 켜놓지 않으면 잃어버린 다음에는 못 켭니다.
통신사 파손 보험은 저희는 안 들었습니다. 중고로 산 폰이라 수리비가 보험료보다 싸게 나올 것 같았고, 실제로 화면 교체가 보험료 1년치쯤이었습니다. 새 기기를 비싸게 사는 경우라면 계산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깨진 걸 혼낼지 말지도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처음에 화를 냈는데, 그다음부터 아이가 폰 상태를 숨겼습니다. 금 간 걸 몇 주 모르고 있었어요. 비용은 어차피 드는 거니까, 숨기지 않게 만드는 쪽이 더 이득이었습니다.
지금 네 살인 둘째는 어떻게 할까
둘째는 아직 멀었는데, 지금부터 다르게 하려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기를 주기 전에 규칙을 먼저 정해두는 것. 사주는 날 설정까지 다 끝낸 상태로 건네주려고요. 첫째 때는 순서가 거꾸로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 휴대폰 쓰는 모습입니다. 첫째가 밥 먹을 때 보지 말라는 규칙에 "아빠도 보잖아"라고 했을 때 할 말이 없었습니다. 둘째가 글씨를 읽기 시작하는 지금부터는 제가 식탁에 폰을 안 가져오는 걸 먼저 해놔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 아이가 "다 있어"라고 해서 검색을 시작하신 거라면, 반에 정말 몇 명이 있는지랑 아이가 뭘 못해서 아쉬운지 두 가지만 먼저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두 질문을 안 하고 요금제부터 봤습니다.
이 글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일과 공개된 자녀 보호 기능 안내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특정 통신사나 기기를 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앱과 운영체제의 기능·연령 기준은 업데이트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설정 전에 해당 서비스의 최신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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